아들이 한 말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
아들이 5살 때 했던 말이에요. 엄마 나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응, 그랬어. 그럼 나 엄마 안에 있어봤네.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겠다. 어떻게 생겼는데? 따뜻해. 이 말이 10년이 지나도 생각나요.
아들이 5살 때 했던 말이에요. 엄마 나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응, 그랬어. 그럼 나 엄마 안에 있어봤네.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겠다. 어떻게 생겼는데? 따뜻해. 이 말이 10년이 지나도 생각나요.
생일이라고 아들(10)이 봉투를 줬어요. 용돈 모았어. 이거 가지고 원하는 거 사. 열어보니까 만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아이가 모은 돈이잖아요. 만원으로 뭘 살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이 돈이 어디 쓰여야 제일 의미 있을지.
아들(11)이 오늘 혼자 라면을 끓였어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엄마 배고프지? 내가 해줄게 했어요. 4분 기다리는 내내 얼마나 진지하게 서 있었는지 ㅋㅋ 국물이 좀 짰는데 맛있다고 했더니 다음엔 더 잘 할게요 했어요. 다음엔 더 잘 할게요. 이 말이 왜 이렇게 기특한지.
아들(10)이 엄마 우리 같이 제주도 가보자 했어요. 저도 가고 싶었는데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미루던 곳이에요. 아들이 그럼 같이 저금하자. 나 용돈 모을게 했어요. 지금 저금통에 같이 넣고 있어요. 언제 갈지 모르지만 같이 모으는 과정이 이미 설레요.
아들(6)이 갑자기 물었어요. 엄마 사람은 왜 죽어?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당황했는데 아들이 먼저 대답했어요. "아 알아. 에너지가 없어지면 멈추는 거잖아." ...어디서 배운 건지 모르겠는데 틀리지 않아서 그냥 맞아 했어요.
오늘 아들(8)이 공원에서 민들레를 꺾었어요. 나 할머니 드릴 거야. 할머니 집에 가서 여기요 했더니 할머니가 눈물이 나셨어요. 꽃 한 송이가 그렇게 큰 거라는 걸. 아이가 배운 게 아닌데 이런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며칠 전에 제가 감기에 심하게 걸렸어요. 아들(8)이 물 떠다주고, 이불 덮어주고, 엄마 많이 아파? 이러면서 이마에 손 얹어봤어요. 그러더니 뜨겁지 않은데? 이러면서 안도하는 표정. 이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싶었어요.
아들(9)이 영어 학원 다니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어요. 오늘 제가 모르는 단어 나왔는데 아들이 그거 이런 뜻이야 가르쳐주더라고요. 저는 학교 때 영어 못 했는데. 엄마 나한테 배워 했어요. 배울게 라고 했더니 내가 잘 가르쳐줄게요 했어요. 아이한테 배우는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오늘 받아쓰기 100점 맞았는데 선생님이 칭찬해줬대요. 집에 오면서 내내 이야기해요. 선생님이 이렇게 했어 저렇게 했어. 그 표정이 너무 좋아서. 엄마가 칭찬할 때랑 선생님이 칭찬할 때가 다른 것 같아요. 밖에서 인정받는 게 이 나이부터 중요해지는구나 싶어요.
오늘 아들(9)이 저한테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 왜 그래! 라고. 순간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감정 표현을 직접적으로 한 게 처음인 것 같아요. 무조건 참는 아이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제가 아파서 소파에 누워있었어요. 아들(9)이 세탁기 끝났는데 내가 넣을게 했어요. 나중에 보니까 빨래가 개져 있었어요. 나름대로. 양말은 뒤집어 개져있고, 티셔츠는 구겨졌지만. 해줬다는 게 전부예요.
오늘까지 기억에 남는 것들 모아봤어요. 6살: "엄마 나 커서 엄마 남자친구 될 거야" (ㅠㅠ) 7살: "엄마 왜 배가 이렇게 말랑말랑해?" (해산물이냐) 8살: "선생님이 엄마보다 예쁜 것 같아" (감사합니다) 9살: "엄마 냄새가 좋아" (이건 칭찬) 시간이 지날수록 솔직함이 줄어드는 게 이상하게 아쉬워요.
오늘 아들(9)이랑 작은 다툼이 있었어요. 저도 좀 화가 났고, 아들도 방으로 들어갔어요. 30분 뒤에 아들이 나와서 엄마 아까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해 했어요. 먼저 미안하다고 한 게 처음이에요. 방에서 혼자 생각한 거잖아요. 그게 더 대단했어요.
초등 5학년이 되면서 핸드폰을 사줬어요. 비밀번호는 본인 거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오늘 아들이 갑자기 엄마 내 핸드폰 비번 알려줄게 했어요. 왜? 했더니 엄마가 알아도 돼서요 래요. 그 신뢰가 뭔지 알 것 같아서 더 소중했어요.
핸드폰 사진 정리하려고 열었는데 아들 사진 보다가 두 시간이 그냥 갔어요. 0살부터 지금까지 보는데 이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싶어서. 오늘 유난히 아들한테 잘 해줘야겠다 싶었어요.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아이가 자유주제 발표에서 우리 엄마를 주제로 했다고. 내용이 엄마가 요리를 잘 하고, 엄마가 책 많이 읽어주고, 엄마랑 놀면 재밌다고 했대요. 요리 잘 한다는 건 완전 과장이고 책은 요즘 많이 못 읽어줬는데. 그래도 아들 눈에 그렇게 보인 게 너무 좋았어요.
아들(9)이 갑자기 엄마 나 매일 봐도 안 질려요? 했어요. 질리긴 무슨 질려. 했더니. 나는 엄마가 매일 봐도 안 질려. 래요. 엄마가 안 질리는 이유를 본인이 말해줬는데 이상하게 그게 더 감동이었어요.
초등 2학년 아들이 오늘 숙제 했는데 글씨체가 달라졌어요. 지난주까지 삐뚤삐뚤이었는데 갑자기 반듯하게. 어디서 배웠어? 했더니 학교 선생님처럼 쓰고 싶어서 연습했대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서. 자고 일어나니까 아이가 컸다는 게 글씨로 보였어요.
생일이라고 뭔가 기대했는데 아들이 접은 종이를 줬어요. 펴보니까 엄마 그림. 노란 머리, 빨간 입, 하트. 그 옆에 엄마 사랑해 라고 써있었는데 사랑해의 사를 さ로 쓴 거예요. 발음이 같아서 그렇게 쓴 거겠지. 근데 그게 더 귀여워요.
평소엔 말도 안 듣고 뛰어다니는 아들인데 열이 나면 완전히 달라요. 엄마 옆에 붙어서 엄마 나 나을 거야? 이러면서. 따뜻하게 안겨있어요. 그 순간만큼은 아이가 얼마나 저를 필요로 하는지 느껴져요. 아파서 미안하면서도 솔직히 이 시간이 좋기도 해요.